[리뷰] 영화 <온다>, 올스타 캐스팅, 그런데 보기왕은 어디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본 공포 영화 <온다>를 감상했습니다.

 

이번 주 (3월 26일) 개봉 예정인데, 전 요즘 집콕 하면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사와무라 이치 원작의 '보기왕이 온다

(ぼぎわんが,來る)'를 먼저 읽었습니다. 충분히 흥미롭고 슬슬 읽혀서

하루만에 돌파했었죠.

 

오랫만에 접한 호러 소설이라 그런지 아니면 (음, 요즘 스티븐 킹의 소설도

꾸준히 보고 있으니 이 표현은 틀릴지도) 심사의원 만장일치로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이미 마음을 내준건지

적당한 포만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츠마부키 사토시, 오카다 준이치, 쿠로키 하루,

마츠 다카코 등의 (일본에서) 스타급 배우들과 함께 영화화한 작품이 이미

작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까지 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또다른 호기심을 느끼게 됐죠.

 

그때가 3월초여서,,,, 국내 개봉까진 2주 넘게 남은데다 일본에선 이미 DVD가 출시되었기에

조금 서둘러 DVD로 감상했습니다.

(이렇게 쓰고보니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나 이런 종류의 공포영화 광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ㅠㅠ)

 

요즘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이 식다 보니 일본에서 2018년말 (12월7일)에

개봉한 것도 몰랐습니다. 개봉 당시 흥행성적은 그닥 좋지 않았다고....

개봉주에 3위로 데뷔해서 TOP10 리스트엔 겨우 3주 머물렀을 정도니..

음 뭐가 문제였을까..

 

부천에서 미리 본 분들의 평가가 그닥 좋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지만

감독의 전작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고백> 좋아합니다)에서

보여준 스타일이 호러 장르에선 어떻게 변주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감독의 필모에서 많이 언급될 만한 완성도는 아닌 듯 합니다.

 

감독 스스로가 워낙 개성파다 보니 원작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겨올 것

같진 않았고 역시나 약간의 변주가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의 방식이나 캐릭터 설정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큰 변화가

없는 편입니다만)

 

사실 제가 원작을 봤다고 해서 원작과만 비교하는 건 (특히 호러 장르에선)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판 <온다>는 '보기왕이 온다'라는 원작 소설의 제목이 '온다'로 짧게 바뀐 게

다 이유가 있다,,,, 는 것을 설명하듯 원작의 '그것'이 지니는 의미와 관련된 설정과

비밀을 대폭 수정했습니다.

 

물론 이런 창의적인 결정이 원작을 뛰어넘는 훌륭한 영화 버전으로 재탄생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제겐 아쉬운 부분이 되었네요. @.@

 

'보기왕'의 유래와 일본의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풍습(악습),그럴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은 영화 속에선 클라이막스에서 일본의 무속신앙에 기대는

대규모 엑소시즘으로 치환되었는데, 공포의 스케일이 커져야 하는 장면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또한 나름 쟁쟁한 배우들의 경연인 이 영화에서 분량상 가장 큰 수혜자는

원작에 비해 곁가지 설정과 이야기가 대폭 추가된 히데키 (츠마부키 사토시)와

카나 (쿠로키 하루)지만 정서적 울림 효과는 커보이지 않고,

 

배우로서 미모를 버리고 연기 스타일과 분장 측면에서 대변신을 보여준

고마츠 나나와 마츠 다카코의 괴연(??)도, 쿠로키 하루의 베드씬 추가도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영화화 버전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 보입니다.

 

그리고,,,, 원작의 '보기왕'과 관련된 코멘트는,,,, 제법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생략합니다. ㅎㅎ

 

결과적으로 영화 <온다>는 제게 영화 버전 고유의 재해석과 창의성이

오히려 원작이 지녔던 미덕을 가리는 아쉬운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